디지털 미디어 기업들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지만 역기능을 관리하는 데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소비자들이 기업의 분발을 기대하는 대표적인 위험을 중심으로 실태를 알아보자.
△ 개인정보 유출(사생활 침해)=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막으려면 기업의 시스템 확충과 보안의식이 중요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함을 보여주는 자료가 지난해 10월 공개됐다. 통신, 인터넷 포털, 유선방송 등 디지털 미디어 기업이 고객정보를 불법으로 활용하다 당국에 적발된 건수가 2008~2009년에 무려 1422만건에 이르렀다(방송통신위원회). 에스케이(SK)브로드밴드, 케이티(KT) 등 유무선통신 사업자, 엔에이치엔(NHN), 다음, 에스케이(SK)커뮤니케이션즈 등 포털 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돼 과징금이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개인정보 유출은 디지털 미디어 기업뿐 아니라 유통, 정유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새나간 정보는 스팸 발송, 인터넷 게시판 글 자동등록 등에 활용되고, 때론 중국의 ‘게임 아이템 공장’에 대량으로 넘겨진다. 2005년 9월에는 주민등록번호 5만개를 도용해 게임아이템 1000억원어치를 만들어 판매한 중국인과 국내 업자가 적발되기도 했다.
△ 스팸 문자·메일=한밤에도 ‘띵동’ 하고 단잠을 깨우는 스팸 문자, 아침이면 우편함을 가득 메운 스팸 메일. 스팸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에는 많은 이에게 매일 짜증을 일으키는 디지털 시대의 대표적인 역기능이다. 내용이 음란하거나 불법대출 등 사기성이 있는 것이 적지 않아 2차 피해로 이어지곤 한다.
방통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배달되는 스팸 문자와 메일은 지난해 약 80억통 정도로 추산된다. 민간업체 지란지교소프트 조사에서 지난해 3분기에 오간 전체 전자우편 가운데 스팸 메일은 82%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악성 스팸에 대해 원스트라이크아웃(1 strike-out)제를 도입했고, 이동통신사와 인터넷서비스 업체들도 나름대로 스팸 방지를 위한 노력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만족스런 성과가 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스팸 문자와 관련해 통신사들이 충분히 노력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가진 이도 적지 않다. 통신사들은 대행업체들이 의뢰한 문자를 건당 20원씩에 대량으로 보내주고 2009년에만 2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스팸일 것으로 추정된다. ‘문자 내용을 미리 볼 수 없다’는 것이 항변이지만 이쯤 되면 통신사에 발송 대행업체가 중요한 고객인 것이다.
△ 디지털 중독=청소년 자녀를 둔 대한민국 부모들은 게임, 인터넷, 휴대전화에 집착하는 아이들과 하루하루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중독은 재미와 밀접히 연결돼 있어, 어디까지가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이고(몰입), 어디서부터 중독인지 경계가 모호할 때가 많다. 또 재미가 충성스런 고객 확보로, 그리고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것이 이들 기업 마케팅의 ‘문법’이어서 기업의 경제적 목표(이윤/성장)와 사회적 목표(기업시민의 책임)가 충돌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정보문화진흥원 조사를 보면 2009년 전체 인터넷이용자의 8.5%, 약 200만명이 중독현상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6%인 알코올 중독 비율보다 월등히 높다. 게임 중독(과몰입)의 경우, 청소년 중독률이 12.8%로 나타났다. 청소년은 정부가 법으로 ‘디지털 통금’ 제도를 도입하고, 게임업체도 오래 하면 흥미가 반감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우회로가 열린 상태에서 강력한 재미의 ‘흡인력’을 관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휴대전화가 없으면 불안해지고 직접대화보다 전화에 의존하는 휴대전화 중독 현상은 성인의 29.3%가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2009년 유정현 한나라당 의원). 특히 초등학생(16.0%), 중학생(25.1%), 고등학생(29.1%), 대학생(36.2%)의 중독 수치는 주목된다. 휴대전화를 통해 오가는 문자메시지는 하루 약 3억건인데 그 주고객은 하루 100~200통씩 보내는 청소년들이다. 부모의 관심과 지도가 중요하지만, 통신사도 청소년에 ‘미래 고객’이란 방점을 찍어 이들을 지나치게 마케팅 대상화한다는 지적도 많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