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헤리리뷰] Special Report
평택의 로컬푸드 운동 ‘평생평소’

» 평택의 한 어린이집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 아이들. 평택시는 내년부터 안전한 지역산 먹을거리를 이 아이들에게 공급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평택시 제공

“일본에는 지산지소(地産地消), 평택에는 평생평소(平生平消).”

최근 경기 평택시는 평택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를 평택에서 소비한다는 ‘평생평소’ 정책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다. ‘평택 로컬푸드’(평택푸드) 정책의 목적이 생산자와 소비자가 행복한 밥상이라는 점은 전북 완주와 다를 바가 없다. 다만, 완주가 소농과 가족농의 소득 보장을 통한 지역 생산자 체질 강화에 좀더 무게를 싣고 있다면, 평택은 사회적 약자도 안전한 먹을거리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소비자의 ‘식량권’을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내년 영유아 ‘안전급식’부터 시작

» 평택의 로컬푸드 운동 ‘평생평소’

평택은 식량 기본권을 성공적으로 도입했다고 평가받는 브라질 벨루오리존치(벨로리존테로 많이 알려짐)시의 모델을 적극 참고했다.

식량권을 강조하는 평택푸드의 특징은 시가 공표한 시민식량권의 기본 개념에 잘 나타나 있다. ‘시민이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먹을거리를 충분히 먹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시가 파악한 평택지역의 영유아와 어린이 보육시설 350곳에 머무는 아이들은 대략 1만5000명. 시는 내년부터 이들 영유아를 대상으로 지역 농산물로 만든 안전한 급식을 우선 공급하되, 차츰 노인층으로 식량권의 대상을 넓혀 나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평택시는 최근 관공서와 학교에 다량 공급되는 식자재 중 지역에서 생산이 가능한 60개 전략품목을 선정했다. 쌀과 잡곡 8개 품목과 김치 원재료 11개 품목 등이 이에 포함됐다. 지역 농산물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곧 설립될 평택푸드센터에서 다품목 생산 기반을 조성하고 학교급식 등 공공조달 확대를 추진하게 된다. 이밖에 농민시장, 푸드화폐, 푸드뱅크 등을 비롯한 소량생산 품목의 다양한 판로를 개척할 예정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타 지역의 농산물이 차지한 시민의 밥상에 지역내 농민들이 생산한 쌀과 배추, 가지, 배, 수박 등 신선한 토종 농산물을 많이 올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평택산 농산물을 서울 가락동 시장에 가서 되사오는 비효율적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만큼, 생산자인 농민의 몫도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추진 과정의 어려움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평택푸드추진단의 이우진 팀장은 “지역내 전략생산 품목을 60개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당장 가능한 품목은 12개 정도에 불과하다”며 “농산물의 지역내 유통도 문제지만, 지역내에서 공급할 수 있는 생산 품목이 많지 않은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평택푸드 사업은 지난 6월 말 시 공무원과 지역 농민, 소비자, 전문가 8명으로 발족한 평택푸드추진단(단장 김종덕 경남대 교수)에서 담당하고 있다. 추진단은 ‘평택푸드 지원 조례안’을 만들어냈으며, 조례안이 시의회를 통과하면 정책심의기구로 평택푸드위원회, 실행기구로 평택푸드센터를 설치하고, 유통시설인 산지유통센터를 세워 세부 과제 추진에 하나하나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가 투입할 예산은 2014년까지 65억원에 이른다. 평택푸드위원회는 시장과 민간위원이 공동위원장을 맡도록 하는 등 민관 협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적극 협력하지 않고서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것이 로컬푸드 사업이기 때문이다.


농민 대표로 평택푸드추진단에 참여한 김덕일 위원은 “평생평소는 우리 지역의 먹을거리 체계를 더욱 풍요롭고 건강하면서도 신뢰할 수 있도록 바꾸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송명호 평택시장 인터뷰
“식량권은 기본권…누구나 보장받아야”


먹거리·생산자·소비자 조화 추구…IT기술과 접목해 잠재력 높일 것

» 송명호 평택시장

송명호 평택시장은 평택푸드 사업에 대해 “평택 시민이면 누구나 식량권을 존중받고, 보호받고, 충족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 철학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식량권이란 개념이 생소하다.

“로컬푸드란 안전한 식량 확보를 위한 중요한 방안이다. 다만, 우리는 거기에서 한 발짝 더 나가고자 했다. 누구나 안전한 식량을 공급받을 권리를 기본권에 속한다고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생들은 예외없이 영양가 있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급받을 수 있어야 하고, 빈곤층이라면 저렴한 비용으로 식량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굶는 사람이 없는, 기본적인 영양과 식량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평택시를 만들고자 한다.”

-평택이 내세운 식량권이 로컬푸드와는 어떻게 연결되나?

“우리의 지향점은 세 가지다. 가치있는 먹거리, 풍요로운 생산자, 건강한 소비자다. 가장 신뢰받을 수 있는 가치있고 건강한 먹을거리의 원천이 어디인가. 누가 어떻게 생산했는지 알 수 있는, 우리 가족과 이웃이 생산해서 먹는 농산물이다. 지역내 생산·소비의 연결을 통해 생산자의 풍요도 보태줄 수 있다. 이 3박자의 조화를 통해 지역 공동체의 재생을 기대한다.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시의 사례가 바로 그렇다. 식량은 상품이 아니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필수품이고, 누구나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급받을 수 있어야 하며, 농민은 정당한 이익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시 조례에 명시했다.”

-로컬푸드 사업에 특별히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먹을거리를 계속 ‘이익’이라는 경제적 측면에서만 접근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신뢰와 믿음이라는 ‘가치’의 문제가 지금까지 간과됐다. 식량에서 자꾸 사고가 나는 근본 원인도 따져 보면 식량을 상품으로만 접근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멜라민 파동에서 절감했듯이, 우리는 진실을 알게 되면 두려워서 먹기 피할 정도로 어려운 식량위기 상황에 처해 있지 않은가?”

-평택이 도농복합도시라는 점이 도움이 되나?

“생산자와 소비자가 같은 시민이라는 점이 우리의 기회요인이다. 그런 점에서 평택푸드 사업의 성공을 확신한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고, 올해가 원년이다. 그동안 여러 준비를 해왔다. 처음에는 작은 유통회사를 만들어서 유통체계를 개선하자고 했는데 지금은 식량권으로 접근하자는 것으로 정리됐다.”

-현재 과학기술영농단지 설립을 추진중인데?

“미군기지 이전사업과 관련해 정부로부터 800억원 정도의 지원을 받아 추진중이다. 현재 예비 타당성 조사를 하고 있다. 농업을 우리의 정보기술(IT)과 접목해 농업기술도 높이고 새 품종도 만들 것이다. 영농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로컬푸드 운동을 한 차원 더 끌어올리는 힘이 될 것이다.


평택/홍용덕 기자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다문화 어린이들에게 도서관 선물

[헤리리뷰] 한국의 지속가능경영 기업 » 에스티엑스 ■ 에스티엑스 에스티엑스그룹은 지난 20일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다우존스 한국형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Korea) 인증식에서 지주회사인 ㈜에스티엑스와 주력...

  • HERI
  • 2011.06.24
  • 조회수 5072

중소업체들과 상생 동반성장

[헤리리뷰] 한국의 지속가능경영 기업 » 포스코 ■ 포스코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지난 2월 취임사에서 열린경영과 창조경영, 환경경영을 강조했다.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쓰는 철강 산업은 경제·사회·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 ...

  • HERI
  • 2011.06.24
  • 조회수 4781

직원모금으로 어두운 가정에 빛

[헤리리뷰] 한국의 지속가능경영 기업 » 한국전력공사 ■ 한국전력공사 김쌍수 한국전력 사장은 지난 6월 확대간부회의에서 “오랜 적자 때문에 대대적인 예산 절감이 필요하다”면서도 “봉사활동 예산만은 그 대상에서 제외하라”...

  • HERI
  • 2011.06.24
  • 조회수 4699

가스설비 중소기업 기술개발 지원

[헤리리뷰] 한국의 지속가능경영 기업 » 한국가스공사 ■ 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공사는 공기업의 특성을 살려, 복지 차원의 사회 공헌과, 중소기업과 동반성장을 통한 지속가능 경영을 실천해 오고 있다.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사...

  • HERI
  • 2011.06.24
  • 조회수 5189

윤리경영 10년 성장·고용 동시달성

[헤리리뷰] 한국의 지속가능경영 기업 » 신세계 ■ 신세계 대형 유통업체와 협력회사의 파트너십은 항상 깨지기 쉬운 특성을 갖고 있다. 이른바 갑과 을의 관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0년 전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이 ...

  • HERI
  • 2011.06.24
  • 조회수 4974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꿈과 배움의 기회

[헤리리뷰] 한국의 지속가능경영 기업 » 미래에셋 ■ 미래에셋 ‘가난이 배움의 기회를 앗아가서는 안 된다.’ 투자전문그룹 미래에셋의 사회책임경영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대목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것이다....

  • HERI
  • 2011.06.24
  • 조회수 5247

순직 소방관 돕는 영웅지킴이

[헤리리뷰] 한국의 지속가능경영 기업 » 에쓰-오일 ■ 에쓰-오일 에쓰-오일은 에너지 절감과 환경보호, 사회공헌활동 등을 통해 지속가능경영을 펼치고 있다. 정유회사인 에쓰-오일은 원유 정제 등 거의 모든 공정에 많은 양의 증...

  • HERI
  • 2011.06.24
  • 조회수 5118

지역주민과 함께 ‘아트 인큐베이팅’

[헤리리뷰] 한국의 지속가능경영 기업 » 두산 ■ 두산 두산그룹은 문화예술 분야의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연강재단이 운영하는 두산아트센터가 대표적이다. ‘아트 인큐베이팅’을 모토로 내걸고 역량 있는 창작자 육성...

  • HERI
  • 2011.06.24
  • 조회수 5198

지구촌 자연재해 현장서 동고동락

[헤리리뷰] 한국의 지속가능경영 기업 » 현대모비스 ■ 현대모비스 지난 추석연휴 직전 현대모비스 지원 부문의 이범재 부장은 두 달에 한 번꼴로 방문하던 보육원의 아이들을 찾았다. 이번에는 생활용품뿐 아니라 자매결연 마을...

  • HERI
  • 2011.06.24
  • 조회수 5157

근무시간에도 유급 자원봉사 신바람

[헤리리뷰] 한국의 지속가능경영 기업 » 한화 ■ 한화 한화그룹은 ‘참여형 사회공헌활동’을 중요시한다. 근무시간에도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유급 자원봉사’ 제도를 운영하고, 임직원의 기부액수만큼 회사도 기부에 참여하는...

  • HERI
  • 2011.06.24
  • 조회수 5604

태양광·풍력 에너지에 미래 투자

[헤리리뷰] 한국의 지속가능경영 기업 » 현대중공업 ■ 현대중공업 선박과 플랜트에 집중해온 세계 1위 조선회사 현대중공업은 최근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를 확대하며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대표적 분야가 태양...

  • HERI
  • 2011.06.24
  • 조회수 7434

안전한 먹을거리…사회적 약자 ‘식량권’으로 접근

[헤리리뷰] Special Report 평택의 로컬푸드 운동 ‘평생평소’ » 평택의 한 어린이집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 아이들. 평택시는 내년부터 안전한 지역산 먹을거리를 이 아이들에게 공급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평택시 제공...

  • HERI
  • 2011.06.24
  • 조회수 6045

지역 농민-소비자 직거래로 ‘상생’

[헤리리뷰] 강원 원주의 ‘새벽시장’ » 강원 원주의 ‘새벽시장’ 생산자실명제·원산지표시제 의무 감시반 운영으로 신뢰 확보 “우리 같은 서민에겐 ‘딱’입니다. 정말 싸고 싱싱해서 좋아요.” 배추 한 묶음을 손에 든 정은주...

  • HERI
  • 2011.06.24
  • 조회수 6277

농협이 친환경 인증 농가와 학교급식 잇는 다리 역할

[헤리리뷰] 순천·나주의 로컬푸드 운동 유통비 줄고 신선도는 좋아져 친환경 농가들로 작목반 꾸려 » 2008 순천농협 학교급식 계약재배 현황 “아이들이 친환경 농산물만 먹는다고 생각하니 기쁘지요.”순천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

  • HERI
  • 2011.06.24
  • 조회수 8732

로컬푸드 사업에 뛰어든 사회적기업

[헤리리뷰] 강화도 ‘콩세알나눔센터’ » 콩세알나눔센터의 두부공장 지역 콩으로 두부 만들어 인근지역 납품하고 밥집도 운영 강화 콩세알나눔센터는 흔치 않은 로컬푸드형 사회적기업이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로컬푸드 사업의 ...

  • HERI
  • 2011.06.24
  • 조회수 9485

지자체 앞장서 다품종 소량생산 체계 구축

[헤리리뷰] Special Report 로컬푸드 1번지 꿈꾸는 완주의 실험 » 완주군 인덕마을 두레농장에서 상추를 뜯던 이목화(75·왼쪽) 할머니와 전복순(76) 할머니가 카메라를 보고 활짝 웃고 있다. 완주군 제공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

  • HERI
  • 2011.06.24
  • 조회수 7134

도심속 시민 텃밭 ‘지속가능한 먹을거리’ 공급

[헤리리뷰] 영국 런던의 로컬푸드 프로젝트 » 런던푸드링크에서 추천한, 지역산 유기 농산물을 재료로 쓰는 음식점.2012년까지 2012개 시민텃밭 조성런던은 요즘 2012년 올림픽 준비로 부산하다. 그중에 ‘수도의 성장’(Capital G...

  • HERI
  • 2011.06.24
  • 조회수 8367

공동체 지원농업과 농민시장 활성화에 집중

[헤리리뷰] 미국의 로컬푸드 지원정책 미국의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최근 유기농 열풍을 타고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 귀농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는 보도를 하면서, 그 이유를 세 가지로 분석했다. 하나는 소규모 경작으로 고소득...

  • HERI
  • 2011.06.24
  • 조회수 7727

일본판 ‘신토불이’ 운동 ‘지산지소’

[헤리리뷰] » 지산지소의 분류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전국 각지에 ‘산지 직판장’ 초·중·고 94%가 지역농산물 사용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는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활동’으로 ...

  • HERI
  • 2011.06.24
  • 조회수 9256

‘얼굴 있는 거래’ 로컬푸드가 지역경제 살린다

[헤리리뷰] » ‘얼굴 있는 거래’ 로컬푸드가 지역경제 살린다. 일러스트레이션 손정욱오늘 아침 밥상을 떠올리자. 심장병이 있어서 아침 식사를 가볍게 한다. 훈제 연어와 당근·양파·양배추를 버무린 샐러드와 명태국을 먹었다. ...

  • HERI
  • 2011.06.24
  • 조회수 8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