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헤리리뷰] HERI가 만난 사람
주철기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사무총장

» 주철기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사무총장은 10년 내 글로벌콤팩트의 사회책임경영 가치가 사회 주류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외교적 발언’이라는 용어의 뜻은?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수사적 발언’ 내지는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고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 발언’ 정도로 흔히 사용된다.

‘외교’란 이렇게 힘든 기술이다. 수많은 열강의 틈에서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나라에 필요한 일은 끈질기게 밀어붙여 얻어내고 한 방향으로 나가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기업 사회책임경영은 외교적인 일이다. 기업과 사회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두 가지를 만나게 만들어야 한다. 기업에는 인권, 노동, 반부패 등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익을 내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인권단체와 노동조합에는 기업도 변화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자고 끊임없이 설득해야 한다.

그래서일까?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사회책임경영의 10대 원칙에 동의하는 한국 기업과 비영리조직이 모인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의 상근 최고책임자는 주프랑스 대사를 거친 외교관 출신이다. 주철기(63) 사무총장 이야기다. 그를 만나 한국 기업들의 사회책임경영 현황과 과제를 들어봤다.





출범 2년 만에 가입 기업 150개 넘어

» 유엔글로벌콤팩트 10대 원칙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가 출범 2돌을 맞는데.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는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미 가입 기업과 비영리조직이 150개를 훌쩍 넘어섰다. 나름대로 한국에서 사회책임경영을 추진하는 움직임의 중심에 서게 됐다고 자부한다.”

-출범 당시와 지금 사이에 환경의 변화가 있다면?

“처음에는 글로벌콤팩트를 소개할 수 있는 자료도 없었다. 설명하려고 기업에 연락하면 이곳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는 기업이 대부분이었다. 자료를 가지고 가서 기업 최고경영자에게 설명해도 반응이 거의 없었다. 그래도 지치지 않고 끈질기게 찾아가서 설명했다. 지금은 유엔글로벌콤팩트를 모르는 기업이 거의 없다. 이 운동에 동조하는 젊은 자원봉사자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경영대학원 차원에서 유엔글로벌콤팩트의 가치에 대한 교육도 일어나고 있다. 여러 가지로 환경은 좋아졌다.”

-기업의 변화가 왜 생겼다고 생각하는지?

“국제적 메가트렌드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 기업이 속속 유엔글로벌콤팩트에 가입하고 있다. 올해 5월에 지이(GE)가 들어왔고, 6월에 인텔이 들어왔다.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중에도 더 많은 기업이 여기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이런 상황을 한국 기업도 감지하고 적극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8월18일 한국협회 회원사 조찬모임에 직접 찾아와서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에 망설이는 기업들이 있는데 적극 참여해 줬으면 좋겠다는 발언도 했고, 이제는 사회문제를 정부뿐 아니라 기업과 시민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해결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눴다.”

-실제로 기업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유엔글로벌콤팩트의 원칙이 도움이 되는지?

“지이 같은 거대기업도 자신들의 구매자인 유럽 기업들한테서 유엔글로벌콤팩트에 가입하라는 요청을 받는다. 사회책임경영에 대한 동의 여부가 국제무역의 전제 조건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유엔의 조달시장만 해도 1년에 100억달러 규모인데, 여기 응찰하려면 글로벌콤팩트 회원 가입을 하는 것이 좋다.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이윤추구 일변도 경영에 대한 반성이 있지 않은가. 이번 금융위기 때, 실제로 유엔글로벌콤팩트 회원사 중에는 파산 또는 도산한 곳이 거의 없다. 사회책임경영을 잘하는 기업들이 재무적으로도 견실하다는 뜻이다.”



정부·기업·시민 함께 해야 문제 해결


-한국 기업 사회책임경영에서 현재 과제가 있다면?

“현재 사회책임경영은 국제사회 등 외부 압력에 따라 피동적으로 이루어지는 측면이 있다. 이걸 기업 내 문화로 스스로 받아들이고 정착시켜야 한다. 특히 이런 가치를 내재화해서 외국의 협력업체, 즉 공급망까지 사회책임경영을 하도록 독려하는 구실을 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한국에서 국제사회에 목소리를 좀 낼 필요가 있다. 전문가를 양성해서 국제회의에 참석시키고 우리가 잘하는 것은 알려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11월에 한국에서 유엔글로벌콤팩트 한·중·일 회의가 열린다. 동아시아 사회책임경영에 대한 논의를 진솔하게 해 보고, 목소리를 모아 세계로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려는 움직임이다.

또 공기업이 사회책임경영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최근 구조개혁 과정에서 소극적으로 됐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반기문 총장도 협회 모임에서 사회책임경영에 있어 공기업의 역할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한국 사회책임경영의 미래를 전망해 본다면?

“몇 년 전만 해도 자본주의가 완성되고 역사가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최근 경제위기 뒤 수정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사실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지키면서 자본주의를 수정하는 가장 좋은 대안이 사회책임경영이라고 할 수 있다. 10년 안에 글로벌콤팩트의 사회책임경영 가치는 사회의 주류 가치가 된다고 본다. 그렇게 될 때 진정한 선진 사회가 되고, 지금 있는 갈등도 잘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timelast@hani.co.kr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1촌1단지’ 같은 생산자-소비자 네트워크 구축해야

[헤리리뷰] » ‘로컬푸드 현황과 과제’ 전문가 좌담 ■ ‘로컬푸드 현황과 과제’ 전문가 좌담한겨레 지역경제디자인센터가 로컬푸드 특집을 정리하는 전문가 좌담을 마련했다. 국내 학계의 대표적인 로컬푸드 연구자인 윤병선 건...

  • HERI
  • 2011.06.24
  • 조회수 7756

구체적 실천 목표 정하고 중앙정부가 나서라

[헤리리뷰] » 로컬푸드의 좋은 점 ■ 로컬푸드 성공을 위한 제안 교육도 좋지만 지원제도 시급 로컬푸드의 확산에 공공정책이 중요한 구실을 하기 때문에, 외국의 경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차원에서 로컬푸드와 관련된 다양한 ...

  • HERI
  • 2011.06.24
  • 조회수 6408

외면하던 농림부 이제야 관심

[헤리리뷰] 11월 식생활교육지원법 발효 앞두고 지원방안 검토 농림수산식품부의 주요 정책 의제에서 로컬푸드란 단어는 빠져 있다. 소농보다는 대규모 단작화와 맞물리는 전업농 육성 정책에 치중해 있는데다, 한국형 로컬푸드의 ...

  • HERI
  • 2011.06.24
  • 조회수 6373

‘건강한 귀농귀촌’ 도와드려요

[헤리리뷰] 사회적기업 이장, 9월 ‘전국순회 강좌’ » ‘건강한 귀농귀촌’ 도와드려요. 사회적기업 이장 제공로컬푸드 사업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도 따지고 보면 ‘시골에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도시 소비자의 밥상 수준에...

  • HERI
  • 2011.06.24
  • 조회수 7677

한시적 지원·깐깐한 시장·부족한 자금…불안한 ‘자본주의 대안’

[헤리리뷰] » 정부의 사회적기업 인증과 지원. 일러스트레이션 박향미 기자 phm8302@hani.co.kr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갈림길에 선 사회적기업노동부에서 직원 1인당 90만원 정도의 인건비를 다달이 지원받는...

  • HERI
  • 2011.06.24
  • 조회수 7211

‘시민사회와 함께’ 내걸고 ‘1문화재 1지킴이’ 운동

[헤리리뷰] 금융사 사회책임경영 현장을 가다<2> 신한금융그룹 » 지난 4월 신한은행 봉사단이 캄보디아에서 서울대병원과 의료봉사 활동을 펼쳤다. 신한은행 제공“아침 9시 헌인릉 입구에 도착했을 때 너무 가정적인 우리 부서 직...

  • HERI
  • 2011.06.24
  • 조회수 7699

“사회책임경영이 시장경제·민주주의 지키는 대안”

[헤리리뷰] HERI가 만난 사람 주철기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사무총장 » 주철기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사무총장은 10년 내 글로벌콤팩트의 사회책임경영 가치가 사회 주류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소영 기자...

  • HERI
  • 2011.06.24
  • 조회수 9665

‘미션과 비전’ 재정립해 정체성 혼란 막아야

[헤리리뷰] HERI의 지상컨설팅 비영리기관에서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려는데 » HERI의 지상컨설팅Q 저희 단체는 간병사업을 하고 있는 비영리기관입니다. 여러 단체로부터 지원받은 자원을 활용해 취약계층에 양질의 일자리와 무료...

  • HERI
  • 2011.06.24
  • 조회수 11111

‘파산의 시대’ 위기 대비 어떻게 해야 하나?

[헤리리뷰] Special Report » ‘파산의 시대’ 위기 대비 어떻게 해야 하나? 지배구조 건전해야 실적도 좋다 강철규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 강철규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건전한 기업지배구조란 주인인 주주와...

  • HERI
  • 2011.06.24
  • 조회수 8847

파산기업 연구 어떻게 진행했나

[헤리리뷰] 넉달 동안 4단계 걸쳐 분석 작업 한겨레경제연구소가 영국 리서치기관인 아이리스(EIRIS) 및 한국CSR평가와 공동으로 수행한 ‘위기관리 전략으로서의 CSR: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파산 기업 연구’는 2009년 2월부터...

  • HERI
  • 2011.06.24
  • 조회수 8827

난방비 안 드는 온실서 365일 열대작물 재배

[헤리리뷰] 제로에너지 농장 일군 공번아씨 부부 중국 전통의 축열벽 방식 응용 기술개선 이뤄지면 실용화 충분 » 난방비 안 드는 온실서 365일 열대작물 재배 경기도 이천의 비닐하우스에서 열대작물인 파파야가 사시사철 주...

  • HERI
  • 2011.06.24
  • 조회수 10530

한국전력·삼성SDI·포스코 최고 평가

[헤리리뷰] 국내 대기업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니 » 한국 10대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관리체계 수준 비교 한국 대기업 107곳 중에서 사회책임경영의 내부 관리체계 수준이 푸치(FTSE) 글로벌 100대 기업의 평균치보다 낫다는 평가...

  • HERI
  • 2011.06.24
  • 조회수 10317

내부위기 통제 미흡…위기대응 능력 크게 떨어져

[헤리리뷰] 한국 대기업들의 사회책임경영 관리체계 수준은? » 국내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관리체계 수준 비교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사회책임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내부...

  • HERI
  • 2011.06.24
  • 조회수 11217

벽 속에 태양열 저장…바람으로 온도 조절

[헤리리뷰] 돼지분뇨 활용하면 연중 25도 유지가능 » 기존 온실과 축열벽 온실의 특징 비교 제로에너지 비닐하우스 기술의 핵심은 해가 들어오는 남쪽을 제외한 3면에 축열벽을 세우는 것. 1.5m 두께로 벽돌을 세우고 그 안에...

  • HERI
  • 2011.06.24
  • 조회수 9008

“올 첫 시도 버섯 재배에 큰 기대”

[헤리리뷰] 인터뷰 화교 출신 공번아씨 부부 축열벽 온실로 한국농업 기여하고 싶어 » 공번아씨(사진 왼쪽) 부부 취재를 하면서 여러 차례 만난 공번아씨(사진 왼쪽) 부부는 열정과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들은 평생 모...

  • HERI
  • 2011.06.24
  • 조회수 7644

이해관계자들과 쌍방향 소통 활발

[헤리리뷰] 사회책임경영 관리체계 우수 기업 사례-대구은행 <script></script> » 대구은행은 ‘희망을 향한 동행’이란 모토를 내걸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노력중이다. 사진은 지난 5월20일 대구은행이 개최...

  • HERI
  • 2011.06.24
  • 조회수 8077

사회책임경영 관리 수준, 파산기업보다 낮다

[헤리리뷰] 국내 금융회사들은 안전한가 » 국내외 금융기업 사회책임경영 관리체계 세부요인 수준 비교 국내 금융회사들은 지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커다란 숙제를 받았다. 바로 ‘내부 체질 개선을 통...

  • HERI
  • 2011.06.24
  • 조회수 9770

‘굴뚝’ 미련 버리고 생태관광도시 도약 청사진

[헤리리뷰] 부활 꿈꾸는 ‘제련소의 고장’ 장항 국립생태원 등 3개 대안사업 추진 환경·연구·관광 결합 인프라 개발 » ‘굴뚝’ 미련 버리고 생태관광도시 도약 청사진 잊혀진 도시, 쇠락의 도시. 장항이 꿈을 꾼다. 충남 서...

  • HERI
  • 2011.06.24
  • 조회수 8642

내부관리 시스템 대수술로 정면돌파

[헤리리뷰] 위기를 기회로 만든 기업들 » 유한킴벌리는 2000년대 초부터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질 높은 일자리 창출을 지속해왔다. 사진은 김천공장의 평생학습 프로그램 중 직무교육 모습. 유한킴벌리 제공 증폭이냐 축소냐. ...

  • HERI
  • 2011.06.24
  • 조회수 7540

내부 관리 시스템 구멍이 공룡 금융사 파산으로

[헤리리뷰] 위기관리 실패 사례 연구 » 15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지난해 9월 파산 신청을 낸 뒤, 한 시민이 미국 뉴욕에 있는 이 은행의 본사 건물 앞에서 “다음 차례는 누구?”라고 쓴 팻말을 ...

  • HERI
  • 2011.06.24
  • 조회수 10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