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등록: 2011.10.31 수정: 2014.11.12


1. 내년 말 가계대출 대란 올까

경제력이 취약한 가계의 빚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한국은행이 30일 내놓은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 어떤 내용인가요?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뒤 원금이 연소득의 네 배 이상 되고 이자만 갚고 있는 ‘부채상환능력 취약대출’ 18조 원 가운데 6조3000억 원 정도가 내년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 많이 빌려줬기 때문인가요?

저소득 가계 대출은 최근 늘고 있었다. 전체 금융권에서 연간 소득이 2000만 원 이하인 저소득 가계의 대출 잔액은 2009년 말 57조 원에서 올해 6월 말 85조 원으로 49.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간 및 고소득층의 가계대출 잔액이 8.3% 증가한 것에 비하면 저소득층의 대출증가율이 크게 높았다.

-- 저소득층은 은행에서 돈 빌리기도 어려운데 늘었네요.

저소득 가계는 저축은행 신협 등 비은행권에서도 대출을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등급 5등급 이하 계층의 총 대출 중 비은행권 비중은 2009년 말 53%에서 올 6월 말 56%로 높아졌다. 비은행권 대출금리는 24.4%로 은행보다 평균 2.5배나 높고, 같은 은행권 대출의 경우에도 저소득층 금리(10.4%)가 고소득층(7.8%)보다 훨씬 높다.

-- 내년까지 전체 원금을 한꺼번에 갚아야 하는 대출이 그만큼 된다는 이야기인데, 어떤 위험이 생기나요?

일단 대출받은 가계가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 가계가 파산할 경우 우선 금융활동이 정지되는 가계가 고통을 겪는다. 이에 따라 원리금 상환부담을 견디지 못한 가계가 보유 주택을 싼값에 팔거나 최악의 경우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주택가격이 예상 못한 충격으로 단기간에 크게 떨어지면 상환능력에 비해 과도한 수준의 자금을 빌린 가계가 빚을 갚지 못하고 금융회사의 재무건전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 돈을 빌려준 금융사 역시 문제가 생길 수 있지 않나요?

저소득 가계가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해 대출이 부실화할 수 있다. 특히 은행 뿐 아니라 전체 금융권에 영향을 준다. 특히 카드론 이용자들로부터 문제가 시작될 수 있다. 카드론 이용자의 절반(52.9%)이 다중채무자에 속한다. 특정 카드사의 부실이 다른 카드사나 금융권에도 전이돼 동반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는 국내 은행들이 카드영업을 강화하면서 카드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외형확대가 빠르게 진행된 탓이다. 지난해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은 전년보다 30.3% 늘었고, 카드론은 지난 한해에만 42.3%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 파장이 클 수 있겠는데요.

부채는 고성장기에 성장을 가속화한다. 그러나 저성장기에 파산을 가속화한다. 특히 영리를 목적으로 한 금융사들이 이익을 늘리기 위해 적극적 마케팅을 통해 늘려놓은 빚은 저성장기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될 것.


2. 그런데 금융사 이익은 사상 최대라는 소식도 있다.

금융사 순이익이 30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수치다. 고객 돈 굴려서 얻거나 고객에게 수수료 받아 얻는 이익인데 너무 크다. 그래서 금융당국은 주식, 펀드와 관련된 수수료를 내리기 위한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3. 산업활동동향 발표 – 경기동행지수/선행지수 하락

통계청이 조금 전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9월 광공업생산은 시스템반도체의 수출 호조에 따라 전월보다 1.1% 증가했으며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서는 6.8% 증가했다.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대비 0.8포인트 하락했고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도 전월보다 0.4%포인트 내려 지난 4월 이후 5개월 만에 동반 하락세를 나타냈다.

-- 실적은 괜찮은데 전망은 좋지 않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서도 11월 업황전망이 전월보다 4포인트 낮은 82를 기록. 100을 넘으면 경기를 좋게 느끼는 기업이 더 많고, 그보다 낮으면 그 반대다. 수출기업과 대기업의 업황 전망은 모두 좋아졌는데, 내수기업과 중소기업이 나쁘게 보고 있다는 점에 주목.


4. 2012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낮추기로

정부가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는 작업에 착수했다. 정부는 올 9월 중기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면서 내년 성장률로 4.5%를 제시했지만 12월에 발표할 내년 경제전망에서는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4% 이상 성장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5. 이번 주 주요 경제일정

미국 FOMC가 11월 1-2일 열리고, 3-4일에는 g20정상회의가 열린다. 31일 10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발표될 것이고, 11월 1일에는 지식경제부가 10월 수출입동향을, 11월 2일에는 한국은행이 외환보유액을 발표한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착한경제] 사회적기업 장수의 비결, 지식창조 메커니즘

등록: 2012.09.11 수정: 2014.11.12 지속가능성을 위한 사회적기업의 혁신 사회적기업은 일반 기업이 경영 효율성을 이유로 외면하는 사회적 필요를 채워주거나 사회적 약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대안...

  • HERI
  • 2014.11.12
  • 조회수 6116

[착한경제] 한국 양궁 성공신화의 비밀

등록: 2012.08.08 수정: 2014.11.12 1980년대 초 어느 날, 서거원 대한양궁협회 전무(당시 삼익악기 양궁선수단 감독)는 연습장 앞에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양궁이 늘 이렇게 재미없는 스포츠로만 남아 있을까? 그...

  • HERI
  • 2014.11.12
  • 조회수 9740

[착한경제-2012년 풀뿌리사회적기업가학교 수료식]

등록: 2012.07.11 수정: 2014.11.12 [2012년 풀뿌리사회적기업가학교 수료식] 3개월을 함께 한 (예비)사회적기업가들의 축하의 장 착한경제를 만들어 갈 사회적기업가로서의 감성과 지성을 일구어 온 ‘2012년 풀뿌리사회적기업가학교’...

  • HERI
  • 2014.11.12
  • 조회수 6532

[착한경제] 진보가 집권한 프랑스, ‘올랑드 솔루션’은 어떤 모습일까

등록: 2012.05.08 수정: 2014.11.12 당선되자마자 "긴축은 더이상 우리의 운명일 필요가 없다. 특히 독일에 하고 싶은 말”이라고 쏘아붙인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는 앞으로 유럽 지형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올랑드 입장에서...

  • HERI
  • 2014.11.12
  • 조회수 5000

[착한경제] 지구온난화에 스핀(spin)을 거는 사람들

등록: 2011.12.20 수정: 2014.11.12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 공조의 틀인 ‘쿄토의정서’가 휴지가 될 운명에 놓였다고 한다. 12월 중순 남아공화국 더반 총회 직후 캐나다가 탈퇴를 선언했고, 일본과 러시아도 심상치 않다. ...

  • HERI
  • 2014.11.12
  • 조회수 5902

[착한경제] Being Socially Prepared is the Key Success Factor in Community Based Development – Interview with Tri Mumpuni

등록: 2011.11.09 수정: 2014.11.12 Tri Mumpuni, the one of the 2011 Magsaysay Awardees, has been proposing an innovative model, the hybrid model, to solve Asia's pertaining issues such as poverty, energy, ...

  • HERI
  • 2014.11.12
  • 조회수 30864

[착한경제] SK 검찰 수사 경영 영향 – HERI 경제뉴스해설(11/9)

등록: 2011.11.09 수정: 2014.11.12 1. SK 최태원 회장 검찰 수사 검찰이 최태원(51) SK그룹 회장과 동생인 최재원(48) 수석부회장이 1천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횡령한 정황을 포착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검찰이 어제 이런 혐...

  • HERI
  • 2014.11.12
  • 조회수 5202

[착한경제] 아이폰 1대당 이익이 삼성 스마트폰의 3배-HERI 경제뉴스 해설(11/8)

등록: 2011.11.08 수정: 2014.11.12 1. 한국 신용등급 전망 상향조정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에 대한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로 유지하고 등급전망을 ‘긍정적’으로 높인다고 밝혔다. 큰 변화가 없다면 1년 안에 한국 국가...

  • HERI
  • 2014.11.12
  • 조회수 5485

[착한경제] 그리스 총리 입만 보는 세계경제 - HERI 경제뉴스해설(11/4)

등록: 2011.11.04 수정: 2014.11.12 1. 그리스 총리, 국민투표 사실상 철회 먼 나라 그리스가 아주 가깝게 느껴진다. 글로벌 경제의 특징이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3일(현지시간) 제1야당인 신민당이 2차 구제금...

  • HERI
  • 2014.11.12
  • 조회수 4729

[착한경제] 내년 1분기 위기설 나온다 - HERI 경제뉴스 해설(11/3)

등록: 2011.11.03 수정: 2014.11.12 1. 그리스 사태 등으로 경제 상황이 전반적으로 위기 국면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시는지? 몇 가지 좋지 않은 신호가 있다. 우선 그리스 불확실성이 커졌다. 우여곡절 끝...

  • HERI
  • 2014.11.12
  • 조회수 4877

[착한경제] 그리스 파산으로 가나 – HERI 경제뉴스해설(11/2)

등록: 2011.11.02 수정: 2014.11.12 1. 그리스 총리 국민투표 추진, 세계증시 급락 뉴욕증시가 급락했다. 그리스 총리가 돌연 유로화 사용국가의 2차 지원안에 대한 국민투표안을 들고 나오면서, 어렵게 마련한 지원안이 부결될 지...

  • HERI
  • 2014.11.12
  • 조회수 4977

내년 말 가계대출 대란 올까 - HERI 경제해설(10/31)

등록: 2011.10.31 수정: 2014.11.12 1. 내년 말 가계대출 대란 올까 경제력이 취약한 가계의 빚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한국은행이 30일 내놓은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 어떤 내용인가요...

  • HERI
  • 2014.11.12
  • 조회수 4724

[착한경제] 유럽의 아름다운 타협 - HERI 경제뉴스해설(10/28)

등록: 2011.10.28 수정: 2014.11.12 1. 유럽에서 온 좋은 소식 27일 새벽 4시(현지 시각, 한국 시각 27일 오전 11시) 벨기에 브뤼셀의 EU 정상회의 회견장에 기자들이 호출됐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유로화 사용 ...

  • HERI
  • 2014.11.12
  • 조회수 4713

[착한경제] 3분기 기업실적 악화 – HERI 경제뉴스 해설(10/27)

등록: 2011.10.27 수정: 2014.11.12 1. EU정상회의 결과가 나왔다면서요? 유럽연합(EU) 정상들이 26일(현지시간) 유럽 은행들의 자본을 9%로 확충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EU 정상들은 그러나 심야까지 회의를 거듭하면서도 그리스 국...

  • HERI
  • 2014.11.12
  • 조회수 4534

[착한경제] EU정상회담 어디로 갈까 – HERI 경제뉴스 해설(10월 26일)

등록: 2011.10.26 수정: 2014.11.12 1. 유럽연합 재무장관회의 취소, 뉴욕증시 하락 유럽연합 EU가 2차 정상회담 전 개최할 예정이던 재무장관회의를 취소했습니다. EU 집행위원회는 EU 정상들은 26일 열 예정이던 27개 EU 회원...

  • HERI
  • 2014.11.12
  • 조회수 4598

[착한경제] 신용카드 목장의 결투 – HERI의 경제뉴스 해설(10/25)

등록: 2011.10.25 수정: 2014.11.12 1. 신용카드 수수료 논란, 정부가 나서다 ---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놓고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지요? 당국이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의 타당성을 재점검한다. 업계에서도...

  • HERI
  • 2014.11.12
  • 조회수 5414

‘안철수 현상’의 경제적 함의

등록: 2011.09.28 수정: 2014.11.12 안철수 신드롬의 경제적 함의 - ‘안철수 현상’을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빌 게이츠의 ‘창조적 자본주의’와 함께 읽다 * 이 글은 2011년 9월 29일 열리는 '안철수 현상과 한국사회' ...

  • HERI
  • 2014.11.12
  • 조회수 5915

[착한경제] 한국경제, 언제까지 국제금융가의 현금인출기 노릇을 할 것인가?

등록: 2011.09.26 수정: 2014.11.12 기원전 12세기 그리스가 ‘목마’라는 계책으로 10년 걸린 공성전을 마무리 한 트로이 전쟁은 경제가 발단이 됐다. 땅이 비옥하지 않은 그리스는 올리브와 포도나무 외에는 변변한 소출이 없었...

  • HERI
  • 2014.11.12
  • 조회수 4662

[착한경제] 경제위기, 낙관의 이유와 비관의 이유

등록: 2011.09.26 수정: 2014.11.12 ‘경제위기'가 다시 입에 오르내린다. 원화 환율이 급상승하고, 주가는 요동을 친다. 대기업이 줄줄이 파산하고,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던 1997~8년의 아시아 금융위기를 떠...

  • HERI
  • 2014.11.12
  • 조회수 4885

[착한경제] 구글도 애플처럼 닫힌 생태계를 향하나

등록: 2011.08.19 수정: 2014.11.12 구글의 모토롤라 휴대폰 사업 인수 발표가 화제다. 구글이 밝히고 있는 이 기업의 목표는 “전 세계 정보를 체계화하여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구글은 ...

  • HERI
  • 2014.11.12
  • 조회수 5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