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1.08.18 수정: 2014.11.12

“We can create our own world as we want.
It is a question of making up our mind.
If we want to do it, it will get done.”
- Muhammad Yunus (Aug 16, 2011, Seoul)
마이크로크레딧의 대부 유누스 박사가 한국에 왔다.
8월16일 오후 프레스센터. 신나는조합과 이화여자대학교 평화학연구소 공동으로 유누스 박사의 ‘빈곤퇴치, 자립, 그리고 적극적 평화’라는 주제의 강연회가 있었다. 유누스 박사의 바로 뒷자리에 앉았는데, 박사의 얼굴은 사진으로 하도 많이 봐서 전혀 낯설지 않았다.
앗살라말라이쿰 (방글라데시어로 ‘안녕하세요’란다)이라는 방글라데시의 인사말을 주고받으며 시작한 강연은 그라민은행의 간략한 소개로 시작하여, Yunus Center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을 벌이고 있는 소셜비즈니스(social business)에 대한 사례 소개, 그리고 질의 응답의 순서로 약 두 시간 동안 이어졌다.
Grameen Bank의 사업소개
그라민은행은 현재 매년 15억 달러를 총 830만 명(그 중 97%가 여성)에게 대출을 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자금은 정부의 보조금도 아니고, 다른 국제기관으로부터의 지원금도 아닌, 순수하게 고객(대출자)들의 예금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모든 대출자는 저축 구좌를 개설할 수 있고, 비록 이들 개인이 저축하는 액수는 매우 작지만, 이 금액들이 모여서 큰 자금을 형성할 수 있다고 한다.
그라민은행으로부터의 대출 조건 중의 하나는 ‘대출금을 반드시 사업에 투자를 해야 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그라민은행은 비즈니스 운영을 위한 사업자금 대출 외에도 학자금 대출 사업을 진행 하고 있다고 한다. 대출자들의 아이들을 전원 학교에 보낼 수 있도록, 그래서 배운 게 없어 가난한 부모들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초, 중, 고등학교는 물론이고 공부가 더 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대학을 못 가는 일이 없도록 지원을 하고 있으며, 현재 이 사업으로 5만 여명의 아이들이 대학에 다니고 있다고 한다. 어떤 아이들은 이화여대에서 학위과정을 밟고 있고, 스탠포드에서 MBA 과정을 밟고 있는 아이들도 있으며, 그 밖의 좋은 학교들에서 박사과정을 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Social Business
요즘의 전 세계적인 취업난에 대해서 유누스 박사는 젊은이들을 만나면 직업을 구하려고 하지 말고,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을, ‘job seeker’가 아닌 ‘job giver’가 되도록 발상을 전환하도록 당부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소셜 비즈니스야 말로 젊은이들이 창의력을 발휘하면서 사회적 문제도 해결하고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제시하면서 그라민에서 실시하고 있는 소셜 비즈니스의 사례로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농촌 지역에 태양광을 이용해서 전력을 제공하고 있는 Grameen-Shakti, 가난한 사람들에게 저렴하게 백내장 수술 및 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Grameen GC 안과를 소개하였다.
이런 사례를 소개하면서 ‘기존의 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이지만, 소셜비즈니스의 목적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돈을 벌어 행복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행복한 것이다’라고 소셜비즈니스의 원칙을 제시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요구되는 창의력(creativity)이 요구된다고 했다.
그 외에도, MNC(Multi-national company)와의 합작회사들도 소개하면서, 대기업만이 가질 수 있는 풍부한 인적, 재정적, 기술적 자본과 노하우를 단순한 이윤창출을 위한 툴로서 사용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개발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한국의 대기업들이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을 강조했다.
- 그라민-다농 (Grameen-Dannone)
방글라데시에는 50%의 어린이들이 영양실조를 겪고 있다. 다농과의 합작으로 기업을 설립하여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요구르트를 개발하여 싼 값에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매주 두 개만 꾸준히 먹으면 아이들이 영양실조를 극복할 수 있도록 했다. 가격은 한 개당 6 BDT (약 0.06 유로)
- 그라민-비올리아 (Grameen-Veolia)
방글라데시의 고질적인 물 문제 해결을 위해 프랑스 비올리아社와의 합작으로 시골마을에 작은 물 공장을 설립했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 설비는 가능한 단순하게, 그리고 지표수를 재활용해서 식수를 만든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재활용된 식수는 미국과 EU기준에는 미흡하지만, WHO의 기준을 만족하기 때문에 방글라데시의 식수로 활용하기에 충분하다고. 가정용, 공공장소용, 그리고 휴대용(캔)으로 공급하고 있으며, 가격은 10리터당 0.01유로라고 한다.
- 그라민-아디다스
독일에 위치한 아디다스 본사의 CEO가 아디다스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하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유누스 박사는 ‘세상의 모든 사람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신발을 제공해 주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신발의 적정 가격으로 1유로 이하, 그리고 적정 재질로 생분해 가능(bio degradable)한 신발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상당히 난감해 했던 아디다스는 20개월의 연구개발 기간을 거쳐서 1유로 이하의 생분해 가능한 신발을 만들어 냈고, 방글라데시의 빈곤층에 시범적으로 배포를 해서 테스트를 마쳤다고 한다. 무미건조한 색깔(어두운 회색)을 제외하고는 만족도가 매우 높게 나온 이 신발은 색상을 개선한 후에 곧 mass market에 진출을 할 것이라고 한다.
질의응답
이어진 질의응답 세션에서는 한국에서의 정부의 역할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었다.
한 질문자는 마이크로크레딧관련 휴면예금법과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에 대한 배경과 함께 정부가 크게 개입을 하고 있음을 설명을 하면서 정부의 바람직한 역할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유누스가 수년 전에 한국의 대통령에게 휴면계좌 활용 방안에 대해서 제안한 것은 휴면예금으로 기금을 조성해서 마이크로크레딧기관이나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데에 사용해야 할 것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이 휴면예금으로 미소금융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금으로 사용을 하고 있어서 자금이 바닥이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매우 실망스럽다고…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침을 놓았다. 차기 대선 후보자들에게 이 부분에 대해서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오늘 행사에서 아쉬운 점
유누스 박사는 우리나라에 마이크로크레딧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어서 그런지 이번 행사는 주로 마이크로크레딧 관계자를 주축으로 진행이 된 것 같다. 사회적기업과 마이크로파이낸스는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인데, 마이크로크레딧 관련 유관기관을 위주로 홍보가 있었던 오늘의 행사는 사회적기업에 관심이 많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참여가 저조했다. 유누스 박사도 강연회에서 사회적기업에 관심이 많은 한국의 젊은이들을 만나보고 싶다고 했었는데, 과연 다른 행사에서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었는지… 7월말에 일본에서 있었던 소셜비즈니스 포럼에 맞추어서 유누스박사는 1주일 동안 일본열도를 다니면서 일본의 젊은이들과 만나고 다녔다. 그것과 비교하면 이번에 조심스럽게(?) 열린 행사는 많은 것이 아쉬웠다.
이영미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