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커머스 시장의 성장과 업체 수의 양적 증대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반값할인이라는 엄청난 쇼핑 기회를 소비자들이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요. 게다가 기본적으로 지역을 기반으로 상품이 구성되며 하루에 판매되는 상품이 많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업체가 더 쉽게 늘어나고 또 늘어난 업체들이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하며 운영될 수 있고요.
실화든, 자작이든 의미있는 갈비집 이야기
그러나 이러한 성장 속에서 소셜 커머스의 부작용이 거론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최근 며칠 간 인터넷 상에 돌고 돌았던 '소셜 커머스 때문에 망한 갈비집'가 대표적입니다. 작지만 맛있는 갈비집을 운영하던 사장님이 소셜 커머스를 통해 원가 이하 가격의 갈비 쿠폰을 팔게 되었고, 2천명 가량의 쿠폰 구입자가 가게에 다녀 갔지만, (정상 가격으로) 재구매가 발생하지 않아 결국 망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 이야기가 특성 사이트의 운영자가 벌인 자작극이라는 이야기도 함께 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소셜 커머스의 부작용과 위험성에 대해 언급하게 되었습니다. 소셜 커머스에서 공급자 역할을 하는 가게들이 대체로 자영업자인 경우가 많으며 소비자들이 반값 구매를 계기로 단골이 되는 일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갈비집 사례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특히 소셜 커머스가 장기적으로도 유의미한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가능성, 그리고 가능하도록 하는 조건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합니다.
그 혹은 그녀는 왜 갈비집 이야기를 꾸몄나
갈비집 사례가 자작극이라는 설이 대세인 가운데, 우리는 왜 그가 이런 이야기를 만들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가 단순히 소비자를 줄이고자 했을 뿐이라면 소셜 커머스 업체들이 가격을 속여 팔고 있다던지, 소셜 커머스에서 구입한 쿠폰으로 방문하면 품질에 차이가 있다던지 하는 루머를 퍼트려도 충분했을 것인데 말입니다.
그런데 그가 선택한 콘텐트는 소셜커머스 업체가 자사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무책임한 '공급망 관리' 였습니다. 그가 소비자를 흔드는 수단으로 CSR의 이슈 중 하나인 공급망 관리를 선택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대중들은 대기업에 비해 벤처 회사에게는 사회적 책임 측면에 있어서 좀더 관대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어쨌든 이러한 사실은 이미 많은 소비자들이 CSR 정보를 중요한 소비의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어떤 점에서는 품질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의 상태로 지속가능할 수 있나
이 사례가 사실이라고 한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 집니다. 소셜 커머스는 일종의 중계자 입니다. 수많은 공급자와 수많은 소비자 사이에서 그들의 니즈를 만족스럽게 연결하는 일을 합니다. 따라서 공급자와 소비자 중 어느 한쪽이 무너지면 비즈니스 모델은 더 이상 성립하지 않게 됩니다. 소셜 커머스 업체가 수많은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생산할 계획이 아니라면 말이죠.
결국 이야기 속 갈비집 같은 사례가 늘어나고 이런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더 많은 공급자가 인식하는 순간, 소셜 커머스는 위기를 맞게 될 것입니다. 공급자가 줄어드는 위기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지요.
문제는 현재의 소셜 커머스 시장이 시장 확대, 즉 공급자 확보와 소비자 확보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과정에서 간간히 등장하는 서비스의 퀄리티 문제는 공급자를 거르는 과정에서 해소할 수 있는 문제라 하더라도, 앞서 언급한 문제는(보다 근본적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장기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대응에 대한 고민이 더뎌 보입니다.
물론 시장이 충분히 성장한 후 성숙되는 과정에서 해소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소비자는 과거의 소비자가 아닙니다. 이런 시차를 기다려주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의미이지요.
장수하는 소셜 커머스를 위한 Tip
돌려 말하지 않고 직구로 던지자면, 소셜 커머스 업체들은 성장과 함께 사회적 책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장이야 말로 기업이 장수하게 되는 비결이라는 것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이해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새로이 형성된 시장에 진입한 벤처 회사는 시장의 성장 속도를 발빠르게 따라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사회적 책임 같은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어떨까요? 성장과 함께 해야 할 일이 '책임'이 아니라 '성장 동력'이라면? 일반적인 '공헌'이 아니라 전략적인 '동반 성장' 이라면? 이것도 아니면, 3년 후에도 이 회사가 유지되기 위해서 필수적인 것이라면?
이런 맥락에서 마이클 포터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최신호에 소개한 CSV(Creating Shared Value)을 소개하려 합니다. CSV란 쉽게 설명하면 보다 진화된 개념의 CSR 입니다. CSR이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에 따른 대응적 차원에서의 책임이라면, CSV는 보다 적극적으로 이해관계자, 특히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해 나가는 개념입니다.
마이클 포터 교수가 페이퍼에서 설명한 내용을 빌리자면,
"CSV란 기업이 경영을 해 나가고 있는 범위인 지역 사회(어떤 의미로는 이해관계자)의
경제적 그리고 사회적 조건을 동시에 향상시키면서도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운영 방식 및 정책을 일컫는 개념이다. 이는 사회적 발전과 경제적 발전 사이의 연결
고리를 규명하고 이를 넓혀나가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다시 말해, 기업의 성장이 지역 사회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담보하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대기업의 사옥과 공장이 들어간 지역의 경제가 활성화되는 상황을 떠올리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거대한 맥락에서 보면 연결될지도 모르겠지만, CSV는 보다 적극적인 상호 발전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CSV를 가장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구조는 공정무역입니다. 초창기 공정무역은 세계화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캠페인적 성격을 띄고 등장했지만, 이제 많은 기업들이 자사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차별화 하기 위해 공정 무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공정무역과 CSV의 차이를 묻는다면, 아마도 목표의 '통합'에 있을 것 같습니다. CSV는 기업과 지역 사회의 생산성을 통합하고 같은 목표를 설계하여 완벽하게 결합하는 방식으로 개념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다시 소셜 커머스
소셜 커머스 산업에 CSV는 유의미한 혹은 필수불가결한 성공 전략일 수 있습니다. 이것의 핵심은 소극적 의미의 책임 있는 성장이 아니라 기업의 핵심역량을 다듬어 내는 전략이라는 점입니다. 급자와 함께 성장하여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 한편, 공급자와의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장기적인 생존 조건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소셜 커머스 업체에 있어 좋은 공급자는, 찾아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만들어 내야 할 대상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를테면, 운영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 없이 늘 하던대로 한다는 식의 경영 방침을 가지고 있는 자영업체에 들어가 운영 프로세스를 구체적으로 분석해주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제시해 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가 등이 노출되기 때문에 양쪽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 산정도 가능하지요.
또한 이러한 관계를 치고 빠지는 식으로 이해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으며, 쿠폰 판매 전후로 소비자들의 반응을 수집하여 새로운 시사점을 도출하여 공급업체에 전달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회사)에게 무엇이 필요한가가 아니라 우리(회사와 공급자)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고민하고, 우리(회사)가 얼마나 벌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회사와 공급자)가 얼마나 벌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며 접근하는 관점인 셈입니다.
선배의 경험과 위기
닷컴 벤처로 대표되는 디지털미디어 기업은, 이제 벤처라는 수식어가 어색할만큼 성장했습니다. 매출이 수조원대에 이르는 거대 기업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디지털미디어 기업과 CSR은 여전히 어색한 느낌입니다.
대기업이 자신들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CSR을 활용한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젊고 앞서나가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는 벤처 기업들이 CSR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은 당연해보입니다. 그러나 그런 이미지가 퇴색될 만큼 성장한 지금에 와서는 책임을 고민하지 않은 과거가 위험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특히 소비자 이동이 쉬운 서비스 특성 상 소비자들이 디지털미디어 업계에 대한 CSR을 인식하기 시작하는 순간 어떤 기업에게는 기회로 혹은 위기로, 극단적으로 CSR에 대한 인식이 낮은 국내 모든 디지털미디어 업계에게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는 셈입니다.
실제로 디지털미디어 산업의 다양한 역기능과 부작용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여기서 자유로울 수 있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소비자들이 역기능을 신경쓰지 않고 있으니 괜찮다구요?
글쎄요. 몇년 전 모 블로그 회사가 이용자들의 저작권 및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약관을 동의 없이 바꿨다가 대량 탈퇴 사건을 겪은 후 다시 약관을 수정한 사례도 있었지요. 이미 소비자들의 인식 수준은 어쩌면 폭풍 전 고요 같은 느낌입니다.
현재와 같은 상태로는 소셜 커머스 업계의 미래도 크게 달라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회사가 생존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으로 어느 하나만 꼽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할 조건을 놓치고 있다가 상황이 터지면 수습할 기회도 없어질 수 있습니다.
제지 산업이 환경 파괴로 비난을 받을 때 친환경 기업 이미지로 시장 선두주자가 된 유한킴벌리라든지, 패스트 패션 붐이 불면서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한 비난이 높아질 때 확고한 CSR 체제로 공급망을 관리했던 H&M이 살아남은 것을 생각해보면, 디지털미디어 업계도 물론 소셜 커머스 쪽도 벌써 늦어 보입니다.
그러니까 결론은, 서두르세요.
저 역시 반값 쿠폰을 놓치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
김지예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