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0.11.29 수정: 2014.11.12
일본 주요 기업들이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일로를 겪던 실적 개선 속도가 가파르다. 특히, 슈퍼 엔고시대에 거둔 실적이라 더욱 주목하게 된다.
일본을 대표하는 IT업체, 파나소닉과 소니는 2010년 회계연도 상반기 실적 발표에서 각각 1689억 엔, 1356억 엔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나소닉의 경우 전년대비 6배 많은 수치고, 소니는 582억 엔 영업 손실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일본의 3대 자동차업체인 도요타, 혼다, 닛산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현대기아차를 가뿐히 뛰어넘는 실적을 거뒀다.
매출액 | 매출증가율 | 영업이익 | 영업이익 증가율 | |
도요타 | 132조 8622억 | 15.5% | 4조 4354억 | 흑자전환 |
혼다 | 63조 3300억 | 13.7% | 5조 4623억 | 338.7% |
닛산 | 59조 2913억 | 27.7% | 4조 5974억 | 252.9% |
현대․기아차 | 29조 8689억 | 17.8% | 2조 4598억 | 30.3% |
그렇다면, 일본기업들의 이러한 저력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첫째, 일본의 기업 문화에서 비롯된 낮은 실업률이다. 일본사회는 기업의 ‘종신고용’, ‘연공서열’등 내부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높은 고용률을 유지하고 있다. 전체 실업률은 5% 이내로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청년실업률(15~24세)역시 한 자릿수 대로 유지하고 있다. 여타 서구 선진국 가운데, 프랑스(25.2%), 영국(19.8%)과 비교해 보면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높은 고용률은 위축된 소비심리와 투자심리 완화에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둘째, 장기계약에 따른 기업생태계 활성화다. 일본기업은 종업원과 기업 사이의 인간중심 신뢰경영을 바탕으로 협력사와도 장기계약을 선호한다. 기업 간 계약과 협력을 비용으로 접근하지 않고, 품질 개선과 중장기 시너지 창출에 대한 관점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일본부품업체들의 경쟁력을 세계 최고 자리에 오르도록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요타등 완성차업체들의 주가에 비해 덴소와 아이신정기 등 세계 최고의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주가의 복원력이 더 뛰어났다는 평가다. 뿐만 아니다. 우리나라 2010년 1~3분기(1~9월) 부품·소재 무역수지 흑자는 571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대일무역수지 적자는 오히려 증가했다. 1~3분기 대일 무역수지는 183억 달러 적자를 기록, 전년 동기(141억 달러)보다 적자폭이 확대됐다. 수출은 수출 전년 동기 대비 37.2% 증가한 99억 달러, 수입은 32.0% 증가한 282억 달러를 기록했다.
셋째, 보수적인 금융자본 조달이다. 일본 제조업체들은 주거래 은행과의 안정적인 관계를 통해 대출 등 보수적인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무리하게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여 기업을 인수합병하거나 자사의 지배구조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자금을 증권시장이나 사채시장에서 조달하지 않는다. 글로벌화에 따라 주요 다국적기업들의 외국인 주주비율은 상승했을지언정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에 따라 기업의 본질이 위협받진 않는다. 자회사 GMAC의 무리한 모기지 투자로 인해 파산의 길로 들어섰던 GM의 사례와 비교되는 점이다.
이처럼 일본의 주요기업들은 수천 년간 이어져오고 있는 일본기업 특유의 장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글로벌화에 따른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동경상공리서치는 일본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는 기업만 21,000여 곳에 달하고, 이 중 100여 곳은 1,0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기업들은 위험성이 큰 외부 자원조달은 최소화하고(전체 1.6%만 IPO), 인간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초기 기업철학을 잊지 않고 있었다. 단기 수익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종업원과 협력사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기업 경영 철학을 잊지 않고 있는 일본기업, 그래서 더 위협적이다.
'2010 아시아미래포럼: 동아시아기업의 진화'에서는 일본 기업의 혁신 사례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문의 070-7425-5237, www.asiafutureforum.org
서재교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