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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식 정보 나열 피하고 이슈 중심으로 보고해야

Q 지난달 저희 회사는 주요 거래업체인 A사로부터 공문을 받았습니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얼마나 수행하고 있는지를 요약한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것이었습니다. A사는 지난해 ‘지속가능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이해관계자들에게 협력업체들에도 지속가능 경영 원칙을 확대하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이에 따라 저희 회사는 지난해부터 지속가능 경영을 실천했고 올해 그 성과를 보고하려 합니다.

먼저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 작성 기간은 얼마나 소요되는지가 궁금합니다. 또한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의 보고 기준으로 알고 있는 글로벌 리포팅 이니셔티브(GRI) 가이드라인의 수많은 지표에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충분한 재원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과는 달리 중소기업의 경우엔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 발간이 많은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 조언해 주세요.

A 전세계적으로 지속가능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기업들의 수가 199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2003년 삼성SDI가 보고서를 발간한 이래 2008년에는 기업 50곳이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를 통해 성과를 보고했습니다. 한국 기업도 지속가능 경영 역사가 길어지면서 해당 기업 중심으로 진행해 왔던 지속가능 경영 실천의 폭을 점차 공급망(Supply Chain)까지 확산시켜 나가는 것이 주요 흐름입니다.

이러한 흐름들이 자원이 넉넉하지 못한 중소기업에는 다소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속가능 경영은 경제, 환경,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함으로써 경영상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어 내는 중요한 경영 전략의 구실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귀사의 지속가능성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짧게는 4개월, 길게는 1년3개월 걸려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 작성 기간은 지속가능 경영 비전과 미션, 전략 및 체계를 이미 갖추고 있는지, 아니면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리고 기업의 규모, 투입되는 인적자원, 부문별 성과 데이터 축적 여부 등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기존 발간 기업 사례를 볼 때 해당 기업이 지속가능 경영 전략 및 체계를 갖추고 있어 성과 보고가 주목적이고, 투입되는 인적·물적 자원이 갖춰져 있다면 최소 4개월, 최대 10개월가량 걸립니다. 하지만 이 기간에 비전과 미션을 구축하고 전략까지 세우고자 한다면 최대 1년3개월 걸린 기업도 있습니다.

따라서 업무의 범위를 명확히 설정하고, 해당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인적·물적 자원의 지원을 얻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최고경영자가 실천 의지가 있다면 전 부서의 협조뿐만 아니라 재정적 지원도 받을 수 있어 그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속가능 경영 및 성과 보고의 기회 요인과 성공 사례 제시를 통해 최고경영자의 동의를 얻어내는 작업이 먼저 진행되는 것이 좋습니다.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의 보고 내용은 프로필, 경영 방식, 성과 지표로 구분됩니다. 문제는 성과 지표로 경제, 환경, 사회 부문 79개의 핵심 지표를 모두 보고해야 하느냐입니다. GRI의 핵심 지표는 일반적으로 적용 가능한 지표로 대부분의 조직에서 두루 중요하다고 간주되는 것들입니다. 대개의 기업들은 이 가이드라인에 맞춰 모두 보고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성과를 보고하고자 하는 의욕은 높이 살 만하나, 이슈들 간의 경중 없이 단순히 백화점식 정보 나열은 올바른 보고라고 볼 수 없습니다. 또한 그런 시도들이 지속가능 경영 성과 보고를 어렵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하고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보고라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이해관계자도 참여시키는 게 중요

보고하기에 앞서 무엇을 보고해야 할지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때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이해관계자와의 대화입니다. 선진 기업은 보고서 작성 때 내외부 이해관계자들을 보고서 기획 단계부터 참여시키고 있습니다. 기업은 이런 참여 과정을 통해 보고서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해관계자들의 관심과 기대 수준을 파악하고, 기업이 책임지고 도출해야 할 이슈들을 찾아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해관계자와 상충되는 의견이나 서로 다른 기대 수준을 조정하기도 합니다. 이해관계자와의 대화는 공청회, 세미나, 설문조사, 인터뷰 등 다양한 방법들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이해관계자와 대화해서 얻은 이슈를 분류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외부 이해관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와 내부 이해관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를 두 축으로 하여 4개의 이슈 그룹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림) 이것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가장 먼저 수행해야 할 이슈를 도출해 낼 수 있습니다. 보고서 작성 때 우선적인 이슈(A)를 중심으로 보고하고 비교적 덜 중요한 이슈에 대한 보고는 간략하게 도표화하여 표현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그럴 만한 여건도 되지 않는다면 우선적인 이슈 중에서 보고 기간 동안 해당 정보의 수집 가능성을 테스트하여 즉시 보고 가능한 지표는 적극적으로 보고하고, 그렇지 못한 지표에 대해서는 향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이해관계자에게 알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록 초기의 보고 수준은 낮을지라도 다음해에는 전년에 선언했던 약속들을 이행하고 새로운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반복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이행하는 기업의 모습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주요 이슈 중심의 성과 보고를 하되 다양한 성과를 보고하는 투명한 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김진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realmirr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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